노무법인 #81.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한 징계해고 취소 승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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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건관리 | 작성일21-12-10 10:33본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입법취지가 퇴색돼 사용자의 구조조정 수단으로 이용되는 건 정말로 큰 문제다. 회사가 피신고자를 징계할 의사가 없을 때는 행위양태가 나빠도 업무상 적정범위이고, 회사가 피신고자를 정리하고 싶을 때는 정당한 업무지시도 직장 내 괴롭힘이 된다. 오늘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란 이유로 징계당한 근로자의 해고를 취소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직원 노동의 귀속은 회사에, 업무량 증가에 따른 원망은 직접 지시한 팀장에게
회사는 장기간 오너의 경영하에 그다지 깐깐하지 않게 운영돼왔고 재무·회계 담당자에게 그다지 높은 기술력을 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가 외국계 기업에 양도되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업무처리가 요구됐다. 회사는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이 사건 근로자를 영입했고, 팀장을 맡은 근로자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재경업무를 처리하고자 했으며, 소속팀 직원에게도 기존과 다른 처리방식을 주문했다.
직원들 입장에선 팀장이 새로 오더니 업무방식이 바뀌고 노동 강도가 높아졌다. 시스템 변경이 필요한 상황과 그 결정 주체인 회사는 직원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적은 직접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팀장이다. 변경된 프로세스는 과거보다 더 높은 스킬을 요구하지만 회사는 직원들의 임금 수준은 높여주지 않았고, 노력과 보상의 불균형으로 직원들은 금세 이직했다. 또 어느 직원은 퇴사 후 팀장인 이 사건 근로자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한다.
필요할 땐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따윈 무시,
토사구팽 시 해고 사유는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직원들이 연이어 퇴사하거나 퇴사자가 팀장인 근로자를 가해자라 신고했어도 회사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까진 회사에 이 근로자가 필요하다는 것. 조사도, 문책도, 약한 수위의 징계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사내 최고 수준의 인상률을 적용해 임금까지 인상해줬다. 하지만 근로자가 프로세스 정비를 끝내고, 외국계 기업으로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하자 회사는 돌변했다.
노동청에 접수된 사건만 조사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에게 양식을 돌려 추가적인 징계 사유를 수집했다. 과중된 업무에 불만을 느꼈던 직원들은 업무 지시 불만을 작성했고, 회사는 누가 보아도 명백히 정당한 업무지시까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다. 가령 직원1은 자기에게 A라는 업무를 시킨 걸 직장 내 괴롭힘이라 신고했고, 직원2도 자기에게 A라는 업무를 시킨 걸 직장 내 괴롭힘이라 신고했는데, 회사는 이 둘 모두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정한 것이다. 일반적인 괴롭힘 신고에서 괴롭힘으로 인정될 확률은 ‘0’에 가까우나, 회사는 이러한 것들을 포함한 다수의 징계 사유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했다.
무더기 징계 사유, 부인과 항변 목록부터 정리 필요
회사는 직원들로부터 피해 사실을 수집하고, 징계절차에서 일부를 변경하긴 했으나 직원들의 불만사항을 거의 그대로 징계 사유로 반영했다. 그 결과 50개에 가까운 행위가 징계 사유로 적시됐다. ‘이 중 몇 개는 걸리겠지’라는 심산이나 다름없지만, 어쨌건 회사는 해고 사유 등 서면통지의무를 이행했고, 그 다음은 근로자 차례다.
이때 ‘50개 징계 사유 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괄 부정하는 건 위험하다. 대부분이 허위더라도 일부는 있는 사실이기도 하고, 또 최근 노동위원회는 유사한 사건에 대해 진술만으로 쉽게 사실을 인정해버리기 때문이다. 회사가 “근로자가 직원1에게 A라는 괴롭힘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직원 1의 진술서를 제출한 상황에서 근로자가 “A를 하지 않았다”고 단순 부인했을 때 노동위원회는 직원 1의 진술서를 근거로 A사실을 인정할 확률이 크다는 의미다. (이게 옳다는 건 결코 아니다)
회사가 무작위로 징계 사유를 투척했을 땐 먼저 징계 사유에 대한 분리작업을 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엔 ‘부인’할 것과 ‘항변’할 것, 그리고 ‘인정’할 것으로 나눴다. ‘항변’이란 “yes but’이라 이해하면 된다. 앞서 예를 든 정당한 업무지시가 주로 항변 항목이다. ‘직원들이 불만을 느낀 그런 업무지시를 한 사실 자체는 있다. 하지만 그건 정당한 업무지시다’라는 내용이다.
없는 사실에 대해선 명확하게 부인해야 한다. 진술만으로 사실이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러한 인정의 부당성을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 또 다수 진술서 간의 모순점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다. 사소한 모순으로 진술의 진정성이 바로 부정되진 않지만, 사실관계 존부가 진술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진술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또, 정말로 있었던 사실, 피해갈 수 없는 징계 사유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싸움의 대상은 ‘해고’이고, 징계 사유가 있더라도 곧바로 해고가 정당한 건 아니다. ‘한 건 했다고 정직하게 인정한다, 반성한다, 안 한 건 정말로 안 한 거다’는 전략도 나쁘지 않다. 하지 않은 것까지 하라고 인정하는 건 결코 아니다. 인정 시엔 해고 취소 후 복직했을 때 다시 다른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해고의 진짜 이유에 대한 심증 형성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했느냐 안 했느냐가 문제되는 상황에서, 판단하는 사람들은 ‘근로자가 괴롭힘 행위를 하지도 않았다면 회사는 왜 이 근로자를 해고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의문에 대해 답하는 건 ‘괴롭힘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걸 직접 증명하진 않지만, ‘근로자가 괴롭힘 행위를 했다’는 회사 주장에 대한 의심을 품게 하긴 한다. 이 사건에서 근로자 측이 주장한 진짜 해고사유는 새로 들어와 프로세스를 정비한 까닭에 기존 임원들로부터 미움을 받았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제시할 만한 이메일 자료가 몇몇 존재했다.
화해로서 ‘해고 취소’
이 사건 근로자는 궁극적으로 복직 의사가 없었다. 하지만 명예의 측면에서 해고 취소를 원했다. 결과적으로 회사의 자체적 해고 취소와 금전적 보상으로 사건은 종료됐다. 대리인으로서는 노동위원회 판정을 받지 못한 게 다소 아쉽지만, 당사자에겐 화해 내용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인정과 다르지 않았다. 해고 수단으로 직장 내 괴롭힘 악용은 최근 많이 발견되는 심각한 문제다.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면 연락해 상담해보시기 바란다. 02-6401-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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